이르면 오는 7월부터 농가들이 농기계 대리점에서 직접 기계 가격을 비교해보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농기계 가격 거품 해소에 도움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농기계 및 부품 가격표시제 도입을 위한 관계기관 검토회의’를 열고 업체·대리점 등 업계와 연구기관·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 농기계 가격은 제조업체가 권장소비자가격을 정하면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이를 취합해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농업기계가격집> 책자를 발간해 지자체와 소비자 등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농기계 판매가격은 권장소비자가격과 다르게 자의적으로 책정돼 농가들 사이에 혼란이 발생하고 유통질서도 문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업계에서도 농가들에게 새 제품을 권장소비자가격보다 30% 정도 낮은 값에 판매하면서 농가들이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는 것처럼 인식시켜 구매를 유도해온 것이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현행과 같은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없애고, 판매업자(농기계 대리점 등)에게 농기계 실제 판매가격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해 농기계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판매업자가 라벨·꼬리표·일람표 등을 만들어 개별상품마다 ‘판매가 ○○원, 소매가 ○○원’과 같은 식으로 명확하게 표시함으로써 농가들이 기계값을 직접 비교해보고 구입하거나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등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가격거품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유소에서 매일 기름값을 표시하고 자동차 대리점에서는 신형 자동차의 가격을 표시하듯 농기계와 부품도 판매가격을 정확히 표시하라는 것이다.

　조장용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장은 “농가들이 직접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농기계 가격거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판매업자가 가격을 허위로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별도의 ‘농업기계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안)’을 마련해 고시하거나 ‘농업기계화촉진법’에 가격표시제를 반영하는 등의 방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추진안에 대해 업계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경수 농기계조합 정책지원팀장은 “가이드라인이 없어지는 만큼 처음에는 농업인들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겠지만, 여러곳에서 가격을 비교해 보면 구입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다만 수천 종류의 농기계 부품에 대해서는 판매업자가 일일이 표시하기 어렵고 대리점 간 가격도 편차가 크지 않은 만큼 통합 온라인 홈페이지 등을 만들어 제조업체 차원에서 고시하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김정현 한국중고농기계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는 검증되지 않은 업자나 개인들이 중고농기계 가격을 허무맹랑하게 싸거나 터무니없이 비싸게 매기는 등 중고 거래시장이 혼란스러운 만큼 가격표시제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인경 기자 wh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