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언제나 조화롭다. 우리가 그 안에 있을 때, 비로소 보이는 질서와 균형이 있다. 정양늪을 방문하면서 그 균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요한 수면 위로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가는 동안, 금개구리의 맑은 울음소리가 들렸고, 남생이가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머리 위에서는 대모잠자리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자연이 연주하는 교향곡 속에 한 조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금개구리는 그저 작은 개구리가 아니다. 그들은 깨끗한 물과 건강한 서식지를 필요로 하며, 습지의 상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금개구리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정양늪이 여전히 생명이 깃들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남생이는 더욱 특별했다. 한반도에서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유일한 자생 거북으로, 인간의 개발과 환경 오염으로 인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곳 정양늪에서는 아직 남생이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대모잠자리는 강인한 생존력을 지닌 존재다. 물가를 부드럽게 스치며 날아다니는 모습은 마치 자연의 숨결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교향곡은 언제라도 멈출 수 있다. 인간의 작은 개발 하나, 무심코 버린 쓰레기 하나가 이 작은 생명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 습지가 말라가고, 오염이 스며들면서 금개구리는 울음을 멈추고, 남생이는 서식지를 잃으며,
대모잠자리는 더 이상 하늘을 유영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종종 자연이 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것은 오만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존재이며, 우리가 존중할 때만이 지속될 수 있다.
정양늪에서 마주한 작은 생명체들은 단순한 관찰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생태계의 일부였다.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그 조화로운 선율이 끊어지지 않도록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금개구리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남생이가 여전히 물살을 가르며 헤엄칠 수 있도록, 그리고 대모잠자리가 한없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도록 우리는 자연을 위한 연주자가 되어야 한다.
생명의 교향곡은 우리가 귀 기울일 때 더욱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앞으로도 나는 이 선율을 기억하며,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