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이 잔잔히 일렁이는 정양늪은 한때 아무런 위협 없이 생명이 숨 쉬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손길이 가까워질수록 이곳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늪을 거닐던 어느 날, 나는 원앙 한 쌍이 물 위를 조용히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평온한 움직임은 마치 자연이 아직 살아 있다고 속삭이는 듯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늪가를 살펴보았다. 그곳엔 거북이 한 마리가 햇살을 받으며 바위 위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이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이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과연 그 평온함이 영원할 수 있을까? 습지가 점차 개발되고 오염되면서 그들의 안식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멀리 갈대숲 너머에서 왜가리가 긴 목을 늘어뜨린 채 물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날갯짓을 하고 이내 자리를 옮겼다. 무언가를 찾는 듯, 그러나 그가 찾는 것은 이제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늪이 서서히 사라질 때, 그는 어디로 가야 할까?
딱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 끝에 앉아 조그맣게 울었다. 그 맑은 울음소리는 늪의 생명이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 신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이곳을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의 울음도 바람에 묻혀 사라질 것이다.
습지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생명들이 기대어 살아가는 최후의 피난처다. 정양늪이 우리 곁에 있는 동안, 우리는 그곳이 계속 살아 숨 쉬도록 보호해야 한다.
원앙이 날개를 펼치고, 거북이가 햇살을 누리며, 왜가리가 물속을 응시하며, 딱새가 노래할 수 있는 이곳. 인간의 선택에 따라 그들의 운명은 결정될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침묵을 강요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삶을 지켜줄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