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차 없다
머리 위로 내리꽂히는 불꽃 같은 열기
숨조차 쉬기 버거운 거리
나무 그림자 하나 없는 정오의 세상
나는 그 뜨거움 속을 걷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지면을 데우는 열기마저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땀이 이마를 타고 등줄기를 적신다

피할 수 없는 태양 아래서
나는 내 안의 숨결을 들여다본다
지친 발끝, 마른 입술
그러나 심장은, 여전히 묵묵히 뛴다
자연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이 전한다
"이 열기조차도
너를 살아 있게 만드는 시간"이라고
나는 안다

이 무더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계절은 늘 극에 닿았다가
다시 순하게 돌아오고
이 폭염 또한
나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

햇살은 가혹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배웠다
피할 수 없는 것을 껴안는 용기
끓어오르는 열기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법

그리고 해가 기울 무렵
하늘은 다시 부드럽게 물들고
나는 하루를 통과한
하나의 존재로, 한 뼘 더 나아간다

그래서 나는
태양을 탓하지 않는다
그 거침없는 빛 속에서
나는 나를 보았고,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