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듯 무거운 하늘 아래,
늪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연잎 사이, 흰뺨검둥오리는
깊은 초록의 그늘 속에 몸을 감추며
세상의 소란을 잠시 잊는다.
그 고요는 물결 위에 번져
비밀스러운 안식처가 된다.

연잎 위, 금개구리는
촉촉한 공기를 마시며
작은 몸으로 계절을 짊어진다.
그 울음은 아직 터지지 않았지만,
비의 첫 방울을 기다리는
투명한 현악기처럼 떨리고 있다.

데크 기둥에 매달린 무당거미는
보이지 않는 실로 세상을 짜 올린다.
그물은 단순한 덫이 아니라
시작과 끝을 잇는 다리,
생명의 무게를 고요히 견디는
운명의 직조물이다.

흐린 날의 늪은 정지된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모든 것은 움직이고 있다.
숨은 오리, 기다리는 개구리,
그리고 묵묵히 실을 잇는 거미.
각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로 완성되는 풍경.

비가 내리면,
그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장으로 넘어가리라.
숨김은 날갯짓이 되고,
기다림은 울음이 되고,
거미줄은 빗방울의 구슬로 빛나며
시작과 끝은 다시 맞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