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봄의 시작과 생명의 탄생

작성일
2026-03-18 16:12:16
작성자
정양늪
조회수:
224

왜가리

왜가리

3월 중순, 봄비가 잔잔히 내리는 날 나는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장비를 점검하고 안내판을 살피는 일은 습관이자 의무다. 그러나 오늘은 점검 목록 너머로 다른 소리들이 더 크게 들린다.

왜가리가 물가에 서서 긴 목을 곧게 세우면, 그 모습이 단순한 사냥의 순간을 넘어 이곳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쇠오리들이 유영하며 물을 긁을 때마다 남기는 잔물결은 늪의 리듬을 알려준다. 그 리듬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마음에 스며든다.

나는 세심한 눈으로 갈대밭의 작은 훼손과 둑의 미세한 침식을 살핀다. 방문객이 남긴 흔적을 보고 어느 구간에 안내가 필요한지 가늠하고, 필요하면 표지를 보수한다. 동시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도 본다. 아이들의 호기심, 노년의 평온,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의 집중된 눈빛 모두가 이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머리위로 새들이 스쳐 지나갈 때면 그 소리가 기록보다 먼저 보호의 관점으로 들린다. 새들의 이동 경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안내선을 조정하고, 번식기에 방해가 될 만한 활동을 미리 통제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섬세한 개입이 이곳의 생명을 지탱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봄비가 그친 뒤 둑을 따라 걸으며 진흙에 남은 발자국을 살핀다. 어느 쪽에서 사람들이 몰렸는지, 어느 구간의 흙이 약해졌는지를 판단해 다음 조치를 계획한다. 모든 흔적을 지우지는 않는다. 일부는 이곳을 찾은 이들의 기억이자, 늪과 사람 사이에 맺어진 작은 약속이다.

때로는 결단이 필요하다. 출입을 제한해야 할 때, 불편을 감수하게 해야 할 때 나는 그 불편이 더 큰 보호로 이어질 것임을 믿고 결정을 내린다. 그 결정은 계절이 바뀌며 정당성을 얻고, 다시 찾아올 생명을 위한 기반이 된다.

빛은 흐리고 색은 물에 풀려 번지지만, 그 번짐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 왜가리의 그림자, 쇠오리의 물살, 힝둥새의 노래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문단을 이룬다. 그 문단은 글로 완성되기 전부터 이미 이곳을 바꾸어 놓았다.

돌아서는 길, 물결 위에 떠 있는 작은 깃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것을 주워 잠시 손등에 올려 바라본 뒤, 다시 물가에 놓는다. 깃털은 이곳의 연약함과 회복력을 동시에 말해준다. 개입과 기다림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 내 일상의 일부다.

사무실로 돌아가 점검표를 작성하며 나는 다짐한다. 이 늪이 다음 봄에도 같은 소리로 깨어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오늘의 작은 손길들이 모여 누군가의 첫걸음과 마지막 관찰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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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위생과 생활환경담당 (☎ 055-930-3342)
최종수정일 :
2026.04.29 15:4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