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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의 계절을 밟는 남자

작성일
2025-02-26 17:37:09
작성자
정양늪
조회수:
124

늪전경1

늪전경1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에
발자국 하나가 쌓인 서릿발 위에 내려앉는다
겨울이 입을 열자 몇 줄기
냉기가 그의 그림자를 스쳐 가고.

진흙 속에 묻힌 발자국들은
눈 녹은 물을 마시며 깨어난다
갈대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그의 어깨에 봄빛을 걸쳐 주고.

물아래선 수달이 움직임을 되찾고
얼음 틈으로 미역고사리가 고개 내민다
그는 무릎 꿇고  손바닥 위에
맺힌 이슬을 세어보네.

습지의 숨결이 그의 맨얼굴에 스며들 때
바람이 운반해 온 새똥냄새가
잠든 땅속 뿌리들을 흔들어 깨우고
저 멀리, 백로가 하늘을 꿰며 날아오른다.

그제야 그는
얼어붙은 가슴 속에서도  
봄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흙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미소를 묻어두네.

발밑에서 피어나는 수선화들이
그의 발걸음을 계절의 경계선으로 밀어넣을 때  
습지는 이미 겨울의 마지막
한 줄기를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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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위생과 생활환경담당 (☎ 055-930-3343)
최종수정일 :
2025.04.30 16:3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