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누군가의 시선을 받지 못한 공간이 있다. 길가에 무심히 지나치는 풀숲 너머, 나무와 나무 사이 스며든 물빛 아래. 그곳은 늪지다. 사람들이 멈춰 서지 않는 땅, 그러나 조용히 숨 쉬는 생명의 자리다.
늪지는 겉보기에 그리 특별하지 않다. 물은 탁하고, 땅은 질척이며, 풀들은 마구 엉켜 있다. 그러나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정교한 생명의 구조가 펼쳐진다. 그곳엔 낮게 기어가는 벌레도, 허공을 나는 잠자리도, 조용히 고개를 내미는 풀꽃도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 금개구리가 있다.
금개구리는 작은 생명이다. 크지도 않고, 소리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그 몸에 머금은 빛은 유독 선명하다.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 그 몸은 마치 금으로 만든 것처럼 반짝인다. 이 작고 연약한 생명체가 늪지를 품은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비로소 자연의 침묵 속에 숨어 있는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아간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늪을 메우고,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생명을 잊는다. 우리가 잃는 것이 단지 땅 한 조각이 아니라, 그 땅에 기대어 살아가던 존재들이라는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 금개구리는 그 상징이다.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생태계의 귀중한 일부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의 빛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늪지가 없어진다면, 금개구리는 어디로 갈까. 그리고 금개구리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되는 걸까. 단지 한 생명이 아닌, 자연이 오랜 시간 품어온 조화를 잃는 것은 아닐까.
늪지의 가장 깊은 곳엔 물이 아니라, 생명의 숨결이 고여 있다. 그리고 그 숨결을 지키는 작은 심장, 금개구리. 그 존재는 우리가 자연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를 조용히 일깨운다. 눈을 돌려 바라보면, 그 빛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 우리가 잊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