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9년 12월에 부산에서 합천으로 식솔들을 끌고 와 다행히 현재까지는 풍족하지는 않지만 농사로 먹고 살고 있는 올해 마흔 둘의 비교적 젊은 농사꾼입니다..
귀농 첫해 400여펑 남짓의 친환경 채소 농사로 시작해 현재는 토마토와 고추 시설하우스를 하고 있습니다.
올초 작목반에서 법인으로 전환한 대양면의 '한볕 친환경원예 영농조합 법인'의 조합원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렇게 군수님께 글을 올리는 것은 다름 아니라 현재 경남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지자 공약사업인 '친환경 농업벨트조성 사업'과 관련해 현재 군내에서 실시중인 '농업인턴사업'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해 나가신다면 어떨까하는 바램에서 제안을 드립니다.
한볕 법인은 현지인 네농가와 저희 집과 다른 한 가구의 귀농 농가 두가구를 합쳐 총 여섯 농가 10명의 회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작년 거창의 '금원산 마을'이라는 친환경 고추부각을 만드는 영농법인에 친환경 고추를 납품하는 농가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작목반으로 활동하면서 2년의 시간을 거친 후 법인으로의 전환을 합의해 오늘에까지 이르렇습니다.
현재 농촌 현실이 다 그러하듯이 저희 법인 역시 개별 농가로서는 생산, 유통, 판매등의 현실적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상황인식이 뭉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점점 더 노령화와 유효노동력의 이탈로 공동화 되어가는 농촌 공동체를 안타까워하며 들어오게 하지는 못해도 떠나가는 마을로는 만들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들로 지역사회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자 친환경농업의 지역확장을 통한 지역농가들의 소득증대에 대해 여러각도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농가들이 그러하듯이 고령인구를 제외한 아직 농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비교적 활동력있는 농업인들의 두가지 큰 고민은 소득의 문제와 날로 어려워져가는 영농철의 상시적 노동력 수급문제입니다.
저희 법인 농가들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그런면에서 이번에 군에서 추진하신 '농업인턴사업'의 일환으로 지원받은 농업인턴 최민환 군은 저희 법인 농가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습니다.
회원농가 대부분이 시설하우스 농사에 부부농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영농철이 다가오면 인력수급을 걱정하던터라 최군의 지원은 '바쁠땐 빗자루라도 거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농민들의 심정을 잘 헤아린 사업 같습니다.
법인회원간 상호부조로 틈틈히 품앗이를 하지만 그것 역시 각 농가일이 쫒기면 힘든 상황에서 아직 미숙한 노동력이나마 지원받고 함께 해 나갈 수 있다는 건 큰 도움이 됩니다.
최군 역시 아직 스물 여섯의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 거들면서 선배 농부들 곁에서 한가지라도 더 배우고 익히려는 모습이 저희들을 흐뭇하게 합니다.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가고 한가지라도 베풀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겠지요.
저 역시도 어제까지 두 차례 저희 집에서 함께 일하면서 제가 시골 들어와 농사지으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문제점과 최군이 하고 싶어하는 친환경 농업의 전망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최군 같은 의지를 가진 친구가 우리 마을에 한 두명만 더 있으면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이런 친구들이 면과 군을 통틀어 백명만 체계적으로 훈련받고 키워져 아직은 경제적 기반이 약한만큼 작은 규모의 농지라도 최소한의 부담으로 지원받아 친환경 농업을 실천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전 참석했던 친환경농업 연구회에서 보고받았던 도지사 공약사업인 '친환경 농업벨트조성사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핵심적인 내용이 의령, 함안, 창녕, 합천의 친환경 인증면적을 2017년까지 7%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지요.
4개군이 친환경농업면적이 다른 시군에 비해서 많아서가 아니라 도 평균이 4.1%에도 미치지 못하기에 추진하는 사업이고 합천의 경우 인증면적의 70%가 저농약으로 15년뒤에 폐지되고 나면 그 면적이 대폭 줄어들 형편이라 하니 그 목표치가 턱없이 높아보이기도 합니다.
공약추진과 관련해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많이 제안이 되고 함께 동참할 것을 센터관계자분들이 호소를 하십니다.
친환경 농업에 종사하는 입장으로서 이유야 어찌됐건 지원을 확대하고, 면적을 늘려나간다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더불어 사업추진함에 있어 조금 더 보완해 주셨으면 하는 부분을 제안 드립니다.
결국 이 친환경 벨트사업 역시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계획에 사람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설령 사람이 있다치더라도 현재 규모화되어있는 법인이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법인위주의 계획으로 수립이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계산상으로 따져봐도 15년이후 무농약인증 면적이 1.5%로 떨어질 상황에서 현재 규모화된 법인이 추진해 늘려 나갈 수 있는 면적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단지 면적을 늘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친환경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젊은 인력풀을 만드는 것이 지금 더 시급한 과제라 보여집니다.
잘 짜여진 법인이 지원사업을 통해 규모를 늘릴 수는 있지만 실지로 그 면적을 책임있게 관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인력들이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되지 않으면 17년에 설령 목표치를 달성했다더라도 그것은 아주 불안한 사상 누각이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제안드리는 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농업인턴사업을 확대, 심화해 '친환경 농업벨트 조성사업'과의 연계를 꾀했으면 합니다.
간략히 말하자면 말그대로 '친환경 할 수 있는 젊은인력'들을 농업인턴이라는 제도를 통해 배출시켜 바로 농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해 보자는 것입니다.
큰 틀만 말씀드리면 농업인턴에 참여하는 젊은분들이 참여하는 순간부터 농업인으로서 자격을 가지고 친환경 농업을 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농업인으로 규정받을 수 있는 일정규모 이상의 농지를 최소한의 부담으로 임대받거나 아니면 자가로 해결하고 인턴기간동안 친환경 농사를 배우면서 지은 경력들이 고스란히 인증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참고로 무농약 인증의 경우 자기 농지에서 일년이상 일정기준을 지켜 농사지은 경력만 증명되면 인증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인턴농사 따로 자기농사 따로가 아닌 자기농사와 동시에 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 주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이 제안이 실현되기 위해선 여러가지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지자체의 행정적 뒷받침과 더불어 현재 잘 운영되고 있는 친환경법인과 연계해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군정으로 눈코 뜰새없이 바쁘신 중에도 군민의 작은 목소리라도 경청해 주시는 군수님께 고민거리를 한 가지 더 안겨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부디 저의 고언이 군정을 펼치시는데 작게나마 반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결국 농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진리에 바탕해 좀 더 친환경 농업에 대한 수요와 면적확대로 지역민의 삶이 윤택해 지길 바라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와 함께 땀흘려 일하고 열심히 배우고 있는 최군의 일상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군수님께 감사의 뜻 전합니다.
끝까지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