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정양늪은 합천읍 못 미쳐 정양로터리에서 진주 가는 쪽으로 난 도로를 한 100m 정도 가다 보면 왼
쪽에 들머리가 나타난다. 정양늪을 이루는 물줄기는 아천천이다. 아천천은 앞서 용주면 즈음에서 발원
해 황계폭포를 만든 황계천을 대양면에서 받아들인다. 이렇게 남동쪽으로 흘러내리다가 북쪽으로 방
향을 튼 아천천이,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황강과 만나는 너른 지점에 만들어 놓은 습지가 바로 정양늪
이다. 합천에는 정양늪을‘호수’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원래는 황강 합류 지점에 길게 흙과 모래가
쌓여 경계가 지어지면서 그런 모양을 띠고 있었다. 그러다가 1988년 합천댐이 들어서고 물살이 느려지
는 바람에 바닥이 얕아졌다. 한편으로는 그 경계 지점이 조금씩 매립되면서 몇몇 건물이 들어서기도 했
다. 넓이가 88만6600㎡로 제법 아담한 여기는 한 때 개발 압력을 받아 매립 이야기가 끊이지 않던 곳이
기도 하다. 어쨌거나 2006년을 지나면서 논란은 사라지고 생태 공원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성 계획
은 2011년 올해 안으로 완성돼 현실에서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 그러나 이는 공원 꼴을 갖추는 것일 뿐,
정양늪 본래의 모습은 그대로 지켜진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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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습지는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걸러내는 정화 역할을 한다. 정양늪도 마찬가지여서 무리지어 자라는 줄, 갈대, 마름, 노랑어리연, 이삭사초, 물옥잠, 검정말, 나사말 따위가 그런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대 먹을거리가 풍성해져 각시붕어, 참몰개, 동마자, 모래주사 같은 물고기는 물론 금개구리 무자치 따위가 살게 됐고 나아가 이들을 먹이로 하는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와 황조롱이, 멸종위기
종인 말똥가리 같은 새들까지 깃들게 됐다. 습지의 정화 기능은 자연 생태계만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사람도 정양늪 같은 습지에 스며들면‘정화’가 된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단순해지고 기쁘거나 즐거울 때는 차분해지며, 울적하거나 슬픈 기운 또한 제대로 씻겨나간다. 아름다움(美)과 더러움(醜), 맑음(淸)과 흐림(濁) 같은 사람의 구분을 넘어, 생물과 무생물의 변하거나 변하지 않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지 싶다. 습지가 사람에게 소중하고 고마운 또다른 까닭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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