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2012년 대구에서 합천으로 전입하여 10년째 합천읍에 거주중인 군민입니다.

제가 합천에 처음 전입했을 때 저는 운전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매일 걸어다녔어요. 집에서 도서관까지, 도서관에서 집까지. 왕복으로 1시간. 놀이터라도 한 번 가려면 집에서 공원까지, 또 공원에서 집까지. 왕복으로 최소 20분.
대구나 진주라도 한 번 다녀오려면 시외버스 시간을 미리 알아두고 그 시간보다 최소 30분~1시간 일찍 집을 나서야 했어요. 시외버스가 좌석제가 아닌 선착순이라 시간에 딱 맞춰가도 버스를 타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거든요. 도시였으면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타면 되지만, 합천읍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택시를 타거나 걷는 것 뿐. 시외버스비의 절반이나 하는 택시비가 아까워서 그냥 걸어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시골에 이사 온 내가 잘못이지, 차가 없는 내 잘못이지, 나중에 꼭 차를 사야지 마음 먹으며 그냥 걸어 다녔습니다. 결국 아이가 5살쯤 되었을 때 차를 구입했고 그때부터는 편하게 운전을 하며 읍내를 다니고 있어요.


2012년과 2022년. 제가 전입했던 시점과 현재 합천읍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건 무엇일까요? 제가 전입할 시점에도 인구증가시책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인구가 아닌 공영주차장과 공유킥보드입니다.

주차장을 아무리 늘려도 주차할 곳은 부족합니다. 합천읍의 주요 시가지는 불법주차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어요. 불법주차단속차량이 매일 오가며 단속을 하지만, 그래서 파리바게트 앞 인도블럭에 주차한 차량들이 뒤편에 새로 지어진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게 되었나요? 불법주차를 막고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한 무료 공영주차장이 인근 주민들의 알박기 주차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커피와 아이 간식을 사려고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했는데 빙빙 돌다 자리가 없어 결국 주차를 하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결국 저도 도로가에 불법주차를 하고 말았어요. 반면 시장 뒤에 새로 생긴 유료주차장은 자리가 남아 텅텅 비어있습니다. 유료이기 때문에 돈을 내고 주차하려 하지 않는겁니다.
기존에 지어진 노후된 건물들을 군에서 매입하고(혹은 임대료를 내면서) 무료 공영주차장 조성을 해서 나아진 게 있나요? 불법주차가 좀 줄어들었나요? 그래서 보행자들의 안전에 도움이 되었나요?

공유 킥보드가 도입이 되어 합천군에 이득이 된 건 무엇일까요? 공유 킥보드를 운영하는 운영자가 소득세를 내게 되어, 혹은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각종 불법적인 행위를 하게 되어 (무면허, 헬멧미착용, 인도통행 등 ) 과태료를 부과해 합천군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었나요? 오히려 인도위에 아무렇게나 주차된 공유 킥보드 때문에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공주차장을 늘리고 공유 킥보드를 도입해서 합천읍의 인구가 늘어났나요? 통계청에 발표된 합천읍의 인구수 변화를 보면 연도별 인구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유소년의 인구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고, 65세 이상의 노령인구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길래 합천읍 유소년층의 비율은 점점 감소하게 되는 것일까요?


처음 합천에 전입할 때 2살이었던 아이가 훌쩍 자라 12살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엄마보다 친구들이 더 좋을 나이라 주말이면 친구들과 다이소에 가서 쇼핑을 하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먹고, 만화카페에 가서 만화책을 보고,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고, 남중에 가서 축구를 하고, 공원에 가서 친구들과 놉니다. 아이들은 이동을 할 때마다 부모님께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까요? 혹은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할까요? 운전을 할까요? 합천읍의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공유킥보드를 타고 다닐까요? 그것도 아니면 그냥 걸어다닐까요?

저는 주말에도 출근을 하는 워킹맘이라 아이들이 원할 때 마다 픽드랍을 다녀줄 수 도 없고, 아이들이 받는 용돈보다 더 비싼 금액의 택시비를 매번 내고 타고 다니라고 말할 만큼의 부자도 아닙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도보로 이동하는 게 힘들다고 투덜대는 날이 늘어 가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 픽드랍을 다닐까요? 걷지 말고 택시를 타라고 용돈을 더 줄까요? 아니면 너는 나이가 어려서 불법이긴 한데 동네에 널부러진 공유킥보드를 타고 다니라고 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차를 한 대 사주고 운전을 하라고 할까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합천을 떠나 교통이 편리한 도시로 이사를 나가는 것 뿐입니다.

아이들은 매일 걷습니다. 합천의 아이들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거리를 걸어 다닙니다.
파크뷰에 거주하는 친구가 남중에 다닌다면? 영창 주공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가 여고에 다닌다면? 한주파크에 거주하는 아이가 도서관에 간다면? 한미4차에 거주하는 아이가 합천실내수영장에 간다면? 가양라끄빌에 거주하는 아이가 정양스포츠공원에 놀러간다면?
차를 타면 5분이면 도착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편도로 최소 30분 이상을 걸어 다닙니다. 날씨가 더워 더위를 식히려고 수영장에, 황강에 물놀이를 갔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옵니다.

답변을 달아주시는 우리 경제교통과 공무원 분께서는 경제교통과 사무실이 있는 제2청사에서 공설운동장까지 혹은 도서관 까지 도보로 이동해 보셨을까요? 혹시 도보로 이동해보신 적이 있다면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었고,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요? 그 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를 합천의 많은 아이들이 걸어 다닌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택시업계와의 이해충돌로 인해 읍내 셔틀버스나 순환버스는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구요? 합천군청 홈페이지에 명시된 택시요금표를 보면 기본거리 2km의 기본요금은 4800원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매번 택시를 타고 다니라고 용돈을 넉넉히 줄 만큼의 부자가 아닙니다. 도보이용자들은 택시비가 없거나 혹은 그 돈이 아까워서 걸어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택시업계와의 이해충돌로 인해 읍내 순환버스 시행이 어렵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합천읍 중심으로는 도로가 협소하고 경사가 있어 중대형 버스가 통행하는 데 어렵다구요? 도로가 협소하고 경사가 있으면 차량이 다니기 힘든가요? 오히려 협소하고 경사가 있는 길 때문에 보행자들의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는 생각은 못해보셨을까요? 합천읍에는 5대의 유치원버스가 있는데 이 버스들은 잘 다니면서 읍내순환버스는 못 다니는 이유가 있을까요? 도로가 협소하여 차량통행에 불편함이 있으면 통행에 원활하게 도로확장공사를 하면 되지 않을까요? 15인승 정도의 작은 버스를 이용하고, 통행이 원활한 주요 도로에만 정류장을 배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요응답형 교통수단 DRT (Demand Responsive Transport) 는 사용자의 요구 사항에 따라 결정되는 운송 서비스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예약 서비스를 호출하여 사용자를 픽업하고 필요한 목적지로 데려가는 운송수단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택시에 가까운 방법이지 노선과 시간이 정해진 순환버스와는 맞지 않는 방법입니다.

순환버스를 무료로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유료로 운영이 되어야 하는게 맞습니다. 타산에 맞지 않으면 운행횟수를 감축하거나 배차간격을 늘리는 등의 탄력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됩니다.

경남도내 거창군, 고성군, 의령군, 창녕군에서는 읍내순환버스를 운영 중입니다.
거창군에서는 3개의 노선에 4대의 버스가, 고성군과 의령군에서는 2대의 버스가, 창녕군에서는 1대의 버스가 운행 중입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읍내순환버스의 호응도는 아주 좋은 편이며 이용객의 수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합천읍은 무엇 때문에 읍내순환버스의 도입을 외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윤철 군수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살기 좋은 합천, 살고 싶은 합천이 되도록 군수님께서 꼭 힘써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